책 크기도 작거니와 이직하는 회사의 출퇴근 지하철길이 독서하기에 좋은 환경이라 빨리 읽을 수 있었다.
일상의 지속성을 지키기 위해서 본인의 루틴과 생활에 관한 얘기들이었는데 공감되는 부분도 많고 참고할 부분들도 많아서 몰입감 있게 너무 재미있게 잘 봤다.
어휘력과 문체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간만에 양식을 좀 쌓는 느낌과 자책감이 들었다.
가족 포함 가까운 사람들에게 더 잘하고자, 지금도 그렇고 지속적인 인간 다이어트를 의식하며 하는 중이지만 그 과정에서 내가 마음 속 느꼈던 현실적이면서도 냉정한 생각들을 글로 잘 풀어낸 부분들이 있어서 묘한 감정이 들었다.
다시 한번 느꼈지만 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바로 나 자신이며 나 자신을 우선적으로 챙겨야 한다. 신기하게도 그렇게 되면 주변 관계에도 자연스레 힘도 빠지고 더 잘 되는 경우가 많다.
책 일부 내용 메모
늘 똑같은, 변함없는 하루를 바란다면 닌자처럼 스스로를 감추고 드러내지 않을 줄 알아야 한다. 일상의 관성과 항상성은 별일 없이 사는 잔잔함에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을 정도로 미약한 존재감은 늘 변함없이 사는 일상의 궁극이라 할 수 있다. 장난스럽게 생각할 것이 아니다. 닌자다움이야말로 항상성을 유지하는 필살 비기다.(p.36)
일상 루틴의 1조항은 정해진 루틴에 의문을 허락하지 않는 것이고, 제2조항은 예외 없음이다. 어떤 상항, 어떤 사정, 어떤 감정의 돌발 변수에도 흔들림 없이 무조건 따라야 하는 정언명령과도 같다. 협상의 여지는 아예 없다.(p.40)
20분의 법칙이 있다. 긴 시간 외출을 하고 집에 돌아왔을 때 최소 20분은 옷만 갈아입고 무조건 집 안 정리를 하는 것이다.(p.41)
재능의 본질은 희소성에 있다…(중략)… 별다른 능력이 없는 보통 사람들에게 허락된 단 하나의 재능, 그것은 바로 성실함이다. 일상의 루틴은 바로 이 성실함을 계발하고 극대화할 수 있는 삶의 테도다. 루틴을 충실히 따르다 보면 성실함은 자연히 따라온다. …(중략)… 막막하거나 어렵게 생각할 것 없다. 각자의 콘셉트에 맞게 정리정돈부터 시작하는 거다. 정리정돈은 일상 루틴의 입문 과정이자 성실함을 키우는 데 매우 적합한 훈련이다.(p.45)
퇴근 후 집 가자마자 정리할 것들을 머릿속에 떠올리고 순서나 동선을 짜보라고 조언하고 싶다. 처리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다는 초조함에 한시라도 빨리 현관문을 열고 싶을 것이다.(p.48)
술자리를 피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첫째 시간을 너무 많이 빼았고, 둘째 일상을 지키려는 의지를 방해하고, 셋째 때때로 술자리에서 주고받은 여러 이야기들과 타인의 근황이 스트레스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p.78)
일상이 소중한 것은 그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자신을 형성하는 순간들이기 떄문이다.(p.78)
관성은 가끔씩 숨겨진 양면성을 보인다. 끈기와 성실함을 보조하면서 한 가지 일을 오래할 수 있는 힘이 되기도 하지만 도태와 괴사의 위기를 초래하기도 한다. 아르바이트가 끊이지 않은 점은 감사한 일이지만, 그사이 다른 기회를 마련할 생각조차 멀리한 채 10년의 세월을 프리타족처럼 살아가고 있다. 덕분에 그 때 처음 취업한 그때와 지금의 생활 패턴, 사회적 지위, 잔고 모두 별다른 변화가 없다.(p.85)
일상이 소중한 이유는 결국 사람 때문이다. 일상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이유도 혼자만의 외딴섬이 되고 싶다거나 경주마처럼 눈을 가리고 내 앞길만 보고 살자는 생각 때문이 아니다. 매일매일 하루하루를 늘 똑같이 보내려고 노력하는 것은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이 늘 그 자리에 있길 바라는, 내 나름의 시간을 흘려보내는 방식이다.(p.153)
서른이 넘은 나이였지만, 부모님과 나의 관계는 십대 시절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물론 부모님이 바라는 바는 절대 아니다). 이렇게 변함없는 관계 속에서 살면서 반복되는 장면들을 공유하는 소중한 사람들의 존재는 내 삶을 지탱하는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줬다. 이것이 변함없이 반복되는 하루에 감사하며 살아가는 이유다.(p.154)
철저한 몸 관리(우리로 치면 루틴 지키기) 와 단단한 자기 확신을 바탕으로 끝 모를 투쟁심에 걸맞은 경쟁력을 유지했다. 이렇게 축적된 관성의 힘은 어린 선수들이 성장하고 팀이 위기를 버텨낼 수 있는 높고 튼튼한 울타리가 되었다. 꺼지지 않는 불꽃을 마음속 깊이 품고 늘 한결같은, 지속가능한 평온을 꿈꾼다. 이것이 내가 관성의 힘에 귀의하는 이유이며…(중략)…(p.159)